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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동양의 의경과 서양의 전형

멍석- meongseog 2007. 12. 21. 16:29
 

                       서양의 전형과 동양의 의경

                    정태수(한국서예사연구소장)


Ⅰ. 머리말

 우리는 흔히 미적 대상의 최고 경지에 이른 뛰어난 작품들을 -예컨대 서구의 비너스나 추사의 세한도- 감상할 때가 있다. 이와 같이 이상(理想)에 근접한 구체적인 형을 미학에서는 전형(典型, Type)이라고 한다. 서구 미학에서의 전형개념은 근대에 이르러 유행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개념은 그 이전 시기부터 시대를 초월하여 예술계를 관류하고 있었다. 따라서 우리는 전형을 논급할 때 고전적 의미로만 한정짓지 말아야 할 것이다.

 

 본 글에서 장파는 실체와 명료함을 문화적 배경으로 하는 서구의 문화구조는 다층적 구조를 기반으로 전개된다고 하였다. 이에 반해 모호함과 무를 특징으로 하는 중국의 문화구조는 인체학적 구조가 근간이라고 지적하였다. 그는 서구의 전형과 상통하는 중국의 미학개념으로 의경(意境)을 들고 있다. 즉, 의경도 전형과 같이 시대와 예술장르를 관통하는 보편성을 지닌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 시대의 문화와 예술은 그 시대 상황의 총체적인 반영물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전형의 형식적인 변화양상은 과연 없었는가? 그리고 그것이 구체적으로 예술작품에 어떻게 현현되었는가?

 

 따라서 이 글은 이러한 문제인식을 가지고 아래와 같은 순서로 논고를 전개하고자 한다. 먼저, Ⅱ장에서는 전형과 의경의 기원과 특성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하고, 다음Ⅲ장에서는, 전형과 의경의 역사적 전개상황, 마지막 Ⅳ장에서는 그것이 동서양의 실제 작품에 어떻게 투영되었는지 상세히 고찰하고자 한다.

 

Ⅱ. 전형과 의경의 기원

 

 서구의 전형은 그리스어로 Tupos이다. 이는 원래 주조(鑄造)할 때 사용하는 견본으로 Idea와 동의어다. 여기서 Ideal, 곧 이상이라는 말이 파생된 것이다. 주지하듯이 서구문화는 실체를 중시하는 문화구조이기 때문에 우주의 가장 근본적 실체인 형을 중시한다. 그래서 전형론은 이데아의 견본과 같이 전범성을 가진 형을 드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관한 여러 학설2)이 있지만, 전형론의 핵심은 시대적 변화양상에 따라 형상은 형식을 통해, 형식은 이상을 통해 실체와 가까운 형을 드러내는 것이다.  즉 전형론은 형상, 형식, 이상의 삼각형 구도로 현현된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의 의경론은 종영의 ‘자미설(滋味說)’3)에서 그 기반이 다져진다.

 종영(鍾嶸, 0~518)은 양(梁)나라의 시인으로 우수한 시론서(試論書)인 《시품》을 저술하였다. 그는 양한시대 공자의 ‘文質彬彬’과 ‘有德有言’이 실제에 치우쳤고, 위진시대 육기의 시는 “정에서 비롯되며 아름다워야 한다”(詩緣情而綺靡)는 주장에서도 기능적으로 바뀌어 의경의 특색이 드러나지 않았다. 따라서 그는 “글을 다했어도 뜻의 여운이 남는다”는 자미설을 통해 의경의 특성을 살려내었다. 이는 말로는 그 오묘함을 형용하기 어려운 노자의 도나 공자의 천도와 일치되는 개념이다.

 

 또한 당 이전 중국에서는 문․사(辭)․언(言)․彩를 우위에서 두었으나, 당 이후 경(境)이4) 중시되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경은 예술의 든든한 기반으로 등장한다. 다시말해 경은 첫째, 미적인 경으로 현실의 景과 구분된다. 둘째, 경은 문과 달라서 “한 글자도 더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풍류를 완전히 표현해야 한다”는 사공도의 말이 이를 대변하고 있다. 셋째, 경은 외재적 표준과는 무관한 자체 표준이있다. 넷째, 경은 상을 주로하며 우주의 기와 자미의 신운을 깃들게 하여 의경을 형성한다.

 

 이러한 경의 구체적 형태는 시대상황에 따라서 변하게 된다.

 그러한 과정을 다음 장에서 추적해 보자.


Ⅲ. 전형과 의경의 사적 전개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서구의 전형은 삼각구도를 이룬다. 그러나 이상의 변화에 따라 삼각구도와 삼각구도의 총합체인 전형도 변하게 된다. 또한 중국의 미적 대상은 문․경․경중지의․경외지의로 나누듯이 의경의 층차도 나눌 수 있다. 그러나 의경은 정체공능을 가지고 총체적인 경계를 형성하게 된다. 그래서 의경을 논하는 방법론도 총체적 차원에서 유사성에 의거하는 방법론이 주가 된다. 다시말해 본 장에서는 어떤 ‘형’으로 서구의 시대적 문화정신은 반영되었는가?라는 물음이 서구의 전형역사에 관한 고찰의 핵심이고, 어떤 ‘경’으로 중국의 문화는 잘 찬미되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중국의경에 관한 진술이라고 할 수 있다.

 


 1. 서구전형의 역사

(1) 그리스의 순수형식

 그리스인들은 이상을 실체이자 형식으로 여겼다. 이는 피타고라스가 수를 기하학의 모범이자 최종적 본원으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즉, 피타고라스는 모든 구체 사물이 이상적 표준인 이데아를 소유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플라톤의 이데아론은 이상과 형식이 통일된 것을 기본으로 보았다. 그리하여 그리스시대 전형은 <표2>에서 보듯이 이상과 형식이 통일이 된 방식이었다.

 

(2) 중세의 형식경시

 중세의 우주관은 하느님이 주재했던 시기였다. 속세와 천국의 두 우주는 모두 하느님에 의해 지배되었다. 토마스아퀴나스는 이 시기 쾌감을 불러일으키는 사물을 말해 미라고 전제하고, 이러한 미의 특징 3가지를 열거하였다.

 즉 첫째, 완전성과 완벽성을 갖춘 것이다. 둘째, 적절한 균형과 조화를 갖춘 것이다. 셋째, 광채와 색채이다. 여기서 말한 쾌감은 바로 형상이고, 완전성․균형․화해는 형식으로 모두 속세의 미에 해당한다. 그러나 광채와 색채는 하느님의 광채인 것이다. 따라서 중세 전형의 3요소도 결합방식이 달라졌다.

 

 즉 속세(땅)와 천국(하늘)의 이분법적인 방식으로 나누어졌다. 그리하여 형상(쾌감)과 형식(완전성․균형․화해)은 속세에 속하게 되고, 이상은 천상에 속하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중세의 전형론의 특징은 형식을 경시하게 된 것이다.

 아래의 <표3>을 보면, 최고의 미인 천상의 이상에 비교하여보면 감성적 세계의 미인 속세의 형상 및 형식은 저급한 미로 전락하여 예술의 지위도 상대적으로 낮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중세에는 세속의 사물의 미는 이중성을 띄게 되었다. 하나는 그 자체의 미이고, 다른 하나는 상징적 미였던 것이다. 그래서 이 시기 예술장르에서의 대표의 위치는 교회가 차지하게 되었다. 중세인들은 추상적 형식으로 관념을 교회에 표현하였으며, 여기에 상징을 더함으로써 형식경시의 경향이 두드러졌던 것이다.    

                      (3) 근대의 유형

 교회의 영광도 중세의 종막과 함께 상실되었다. 근대에 이르면 신흥자본주의가 흥기하여 개인은 중세시대 봉건적 구속에서 벗어났다. 예술장르에서도 건축의 독존에서 일탈하여 회화․음악․시․소설 등 여러 분야에서 풍부한 개성미가 표현되었다. 따라서 근대의 전형론은 자연스럽게 이러한 장르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개성이 백화제방식으로 드러나자 즉, 개성과 보편성에 관한 이론의 대두가 그것이다. 이를 어떻게 장악한 것인가라는 문제는 근대 전형론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개성의 보편성에 관한 첫 이론은 유형론이었다. 그것은 개인이 가진 개성의 보편성을 보편적 인성으로 파악했고, 특히 고전주의 희곡을 통해 구현되었다. 이를 이론적으로 뒷받침한 이론가는 프랑스의 부알로였다. 그에 의해 개성적이 인간은 특징이 분명한 인간 -청년․노인․구두쇠-으로, 특징적인 면이 유형을 통해 구체화된다고 보았다. 이때 여기에서의 유형은 쉽게 형식화되기 때문에 인물의 이상과 일치하는 삼일치의 ‘예술법칙’이 제시된 것이다. 다시 말해서 근대의 전형은 고전주의 미학의 3요소였고 형상(개성), 형식(법칙), 이상(인성 또는 보편성)의 유형으로 통일되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아래의 <표4>를 보면 형상(개성)․형식(법칙)․이상(인성)․은 개성의 유형화 때문에 개성은 보편성과 단일화되어 결국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자 외재적인 법칙보다 내면적표현을 추구하는 낭만주의가 근대정신의 

                  짐을 맡게 되었다. 즉 낭만주의에서 형상에서는 개성의 표현을 3요소 중에서 이상에서을 추구하고자 하는 정신이 강조된 것이다 따라서 <표5>에서 보듯이 개성화된 이상의 추구로 인해 개성과 보편성의 관계에서 개성(형상)을 강조하는 근대적 전형론이 태동한 것이다. 그리하여 낭만주의의 내면적 특징인 주관․정감․천재가 외재적인 규범을 파괴해 나갔고, 이는 결국 근대 정신의 일면을 대표하게된 것이다.



        또 다른 근대정신의 일면인 현실주의는 주관보다는 객관을 중시하는 입장이다. 즉 정감을 강조한 낭만주의와는 달리 현실주의는 이성과 분석을 중시했다. 따라서 현실주의는 <표6>에서 보듯이 전형의 3요소에서 형식을 배제하지 않고 그것과 환경을 결합시키고, 개성과 보편성의 매개물로 만들었다. 따라서 현실주의의 전형은 개성과 보편성의 통일, 특수와 일반의 통일, 인물과 환경의 통일을 강조한 것이다.

 근대의 전형론은 이와 같이 낭만주의와 현실주의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4) 현대의 변형

 근대의 전형론이 일반과 특수의 통일을 이룬 바탕은 뉴톤․헤겔 등의 우주 총체성 이론 위에 설정되었다면, 현대에 이르러 이러한 우주의 총체성은 근거를 상실하게 되었다. 그래서 총체성은 특수상황에서 더 이상 상실한 절대적이고 고차원적인 어떤 것도 존재할 수 없게 되었다. 즉 특수의 성격과 의미도 참조체계의 변화에 따라 변형이 되었다. 다시 말해 근대의 특수와 일반의 관계는 의식과 무의식, 존재와 존재자, 표층과 심층의 관계로 변하였으며, 그 관계자체는 간접적이고 은유적인 변형의 방식으로 표현되었다. 따라서 전형 3요소의 현대적 변화는 <표7>과 같이 변한 것이다. 즉, 일반 또는 보편성으로 여겨진 이상은 심층구조 혹은 무구조(無構造)적인 결여(absence)로 바뀌었다. 그리하여 형식은 변형으로 바뀌게 되니, 현대 전형론의 핵심은 변형이라고 할 수 있다.

 


                     


                          

                             

2. 중국 의경의 역사

 의경을 논하는 방법은 총체적 차원에서 유사성에 의거하는 방법론을 위주로 할 수 있다. 종영의 《시품》에서 보이는 중국인의 의경의 일단은 다음과 같다. 먼저 의(意)는 기․정․의․신 등의 차원에서 논한 것이다. 이러한 것의 예는 심오하다, 높다, 멀다, 전아하다, 한적하다 등이고 그 다음은 경(境)․언(言)․사 등의 차원에서 논한 것이 있다. 이러한 것의 예는 화려하다. 곱게 꾸몄다. 한적하다. 풍요롭다. 우아하다 등이다. 그러나 이 두 충차는 서로 결합될 수 있다. 구조적 두 측면에서 기본적 유형은 어떻게 변하게 했는지 주목해야 할 것이다.

 

(1) 양강과 음유의 문화구조

 중국문화의 기본적인 우주관은 기․음양․오행․팔괘로 구성되어 있다. 음양은 본래 햇빛을 향함과 등짐을 가리킨다. 해를 향하면 양이 되고, 등지면 음이 된다. 농사와 주거지 등의 선택을 위해 사람들은 양을 향하고 음을 등지는 방식을 택하였다. 이렇듯 음양범주의 발생은 광범위한 사회적 기초를 가진다. 즉, 해와 달, 낮과 밤, 물과 불, 남성과 여성등 사회적 모순현상을 설명하게될 것이다 그리고 오행은 곧 수, 화, 목, 금, 토로써 인간들이 일상생활에서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다섯가지 재료의 의미가 있다. 뒤에 오행도 음향과 마찬가지로 기(氣)관념과 결합되어 우주의 기본적인 다섯가지 요소가 되었다.5) 이와 같은 요소들이 모여서 하나가 되기도 하고 나누어서 분류할 수도 있는 것이 중국적 문화구조의 특성이다.

 

 그 가운데 양강과 음유의 의경 유형은 인물품평에서 비롯되었다.

 즉 양강에는 강하다. 굳세다. 드러낸다. 등이고 음유에는 부드럽다. 신중하다. 드러내지 않다 등이다. 이러한 종류를 서구미학의 입장에서 보면 미학이라고 할 수도 없고 규범화하기도 어렵다.6) 그러나 장파는 전체 역사의 발전차원에서 의경을 네 개의 유형으로 나누고 있다.

 첫째, 작가의 성격에 따라 작품이 결정되는 경우이다. 예로 유협은 《문심조룡》에서 개인의 재능․기․배움․익힘의 4요소를 근간으로 하여 작품이 의경이 형성된다고 하였다.7)

 둘째, 장르의 성격에 따라 의경이 결정되는 경우이다. 예로 육기는 《문부》에서 장르에 따라 구체적으로 세분하여 논하였다. “ ‘비문’은 문장으로 실질을 도와야 한다. ‘논’은 정교하면서도 유창해야한다”등이 그것이다.(碑坡文以相質, 論精微而양暢…)

 셋째, 시대적 특성이 의경을 결정하는 경우이다. 예로 엄우의 《창랑시화》에서는 시기에 따라 “ ‘건안체‘, ’정시체‘, ’태강체‘…”등으로 세분하여 논하였다.

 (“則有建安體, 正始體, 太康體…”)

 넷째, 자연의 특성이 의경을 결정하는 경우이다. 예로 곽희의 《임천고치》에는8) “봄산은 웃는 듯 아름답고 화사하며, 가을산은 화장한 듯 밝고 맑으며…”라고 마음에 의지해 자연을 묘사하거나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위와 같이 의경론에서도 자연이 도입되어 시대와 자연은 인간 속에 집중되고, 그 인간이 작품을 만든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양강과 음유는 중국문화에서 가장 기본적인 의경 유형이며, 모든 의경은 이 두가지로 귀납된다. 역으로 이 두가지에서 다섯가지, 여덟가지, 다시 무한대로 의경이 확산될 수도 있다.


 (2) 유가․도가의 농담(濃淡)과 신일(神逸)

 유가의 의경은 전아․웅혼한 양강의 미를 으뜸으로 여기고, 도가의 의경은 충담․심오함․음유의 미를 높이 손 꼽는다. 이러한 유․도의 경계는 농․담과 신․일로 구분할 수 있다. 예컨대 공자는 문과 질이 완벽한 조화를 이뤄야 군자이다“ (…文質彬彬然後君子)라고 하였다. 공자는 인간의 본성이 사회성에 있다고 여겨서 질에 부합하는 문을 주장했던 것이다. 그러나 장자는 인간의 본성이 자연에 있다고 여겼다. 그는 모든 사회적 수식과 모든 문은 인간을 속박한다고 간주했다. 즉, 자연스런 천성을 중시했고, 질에 문을 더하는 것은 해롭다고 여겼던 것이다.

 

 그렇다면 신과 일의 차이는 무엇인가?

 신(神)은 유가의 신이고, 일(逸)은 도가의 일이다. 유가의 신은 문화의 신으로 음양을 알 수 없는 신이다. 도가의 정신은 조정의 법도를 초월하고 세속의 습관과 규범을 초월한 것이다.

 

(3) 아속(雅俗)과 운태(韻態)의 의경

 선진시대 이래로 유가와 도가는 모두 ‘전아’를 높이 평가하였고, 또한 아기(雅氣)를 구비하였다.

 즉 앞에서 고찰한 농담과 신일은 모두 ‘아’에 속하고 이상적인 미적 경계이다. ‘아’의 상대적인 것이 ‘속(俗)’이다. ‘아’가 이상적 경계가 된 것은 바로 도심(道心)을 구현했기 때문이고, ‘속’이 천시된 것은 그것이 도심에 부합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의 감정을 도심(道心)이 부정한다고 하면, 유가는 이(理)로 정(情)을 조절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도가는 인간이 정을 제거해야 된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아’, ‘속’에서 ‘신’과 ‘일’은 모두 ‘운(韻)’을 지닌다.

 송대 왕정관은 ‘속기가 없이 맑고 깨끗하고, 간결하면서도 사리를 다하는 것을 운이라고 하였다. 즉 명대의 세속성과 시민성을 잘 드러내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상의 아․속․운․태는 중국 의경 유형의 전개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Ⅳ. 예술작품에 나타난 전형과 의경

 

 1) 서구 예술에 나타난 전형

 우리는 앞에서 고대 그리스시대부터 현대까지 전형의 변화 양상을 추적하여 보았다. 이를 통해서 미의 규율은 시대적 여건에 따라 달라짐을 파악할 수 있었다. 미의 규율은 곧 전형의 규율9), 다시 말해서 형식의 법칙은 곧 전형의 법칙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시대마다 상이한 형식의 규율에 의한 전형의 창조는 예술작품에 어떻게 전이되었는가? 본장에서는 작품속에 현현된 전형의 실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프락시텔레스<헤르메스상>(도판1)을 주목해 보자. 우리는 이 그림에서 고대 그리스시대의 이상을 실체이자 형식으로 보려는 그리스인들의 이상과 형식이 통일된 순수미를 읽어낼 수 있다. 즉 정확한 인체비례와 이상이 결합되어 그리스의 전형적인 형식미를 전하고 있다.

 이번에는 <뚤루즈의 섬세르나 대성당>을 살펴보자.

 철두철미 종교적 정신에 물든 서구의 중세는 모방의 미학과 유사성의 기준을 포기했다고 생각될 수 있다.10) 초자연적인 것에 높은 지위를 부여했던 중세의 전형은 결합 방식이 고대와 달라졌다. 즉 형식은 저급한 것으로 경시되었다. 이 시기를 대표하는 교회당은 바로 이상이 천상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천국의 아름다움을 표현하였고, 첨탑은 하늘로 치솟았다.

 우리는 여기서 교회건물의 웅장함이나 정교함에 비해 형식경시의 중세적 특징이 드러나는 회화를 볼 수 있다. 고대 그리스 시대의 형식미는 훨씬 줄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24인의 장로>(도판3)

 

 근대에는 개성과 형식이 강조된 시기였다. 그래서 태동한 낭만파화가들은 그림을 그리며 정부에 책임을 넌즈시 묻기도 하였다. 그 예로 제리코의 <메듀스호의 땟목>(도판4)에서는 격한 붓놀림과 운동감이 여실히 보인다. 그림에서 보듯이 고대 정신은 개성화된 이상을 추구하였던 것이다.

 현대의 전형은 핵심이 변형이다. 우리는 이러한 시대사조를 피카소의 그림을 통해 읽을 수 있다.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도판5)에서 우리는 대담한 인체의 변형과 지적인 화면구성으로 새로운 회화세계를 엿볼수 있다.

 

 2) 동양의 회화에 나타난 중국의 예술가들은 자연의 모습을 어떻게 바라보았을까? 그들은 서양의 화가들처럼 원근법을 모르고 있었을까? 이 그림은 자연에 의거하여 양강과 음유의 감정을 표현한 곽희의 <조춘도>(도판6)이다. 우리는 여기서 음양이 조화되고 인의가 녹아 있는 동양적 의경을 주목해 보자. 곽희 자신이 사철과 자연의 의경을 화론에서 말한 그대로 의탁하고 싶은 정신적 경계 속의 자연을 묘사한 것이다.

 

 이제 농담(濃淡)이 잘 살아있는 원래의 문인화인 황공망의 <부춘산지도>(도판7)을 보자. 의경의 최고 경지는 바로 하늘의 기를 획득한 온전한 것으로, 전원의 고요함과 농염한 어울림이 중국 미학의 기본이다. 이 그림에서는 담담한 학자의 기지와 고졸한 양식, 그리고 넓고 조용한 분위기가 적절한 농담의 처리로 잘 살아나고 있다.

 

Ⅴ. 맺음말

 

 지금까지 살펴본 동서문화의 핵심인 전형론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정리하면서 결론을 맺고자 한다.

 서구의 전형과 중국의 의경은 미적대상의 최고경지로 우수한 작품에 노정된다. 전형은 이상에 가장 가까워지고자 하는 구체적 형이다. 이는 서구문화가 실체와 명료함을 중시하기 때문에 기인된 것이다. 이러한 전형론은 고대그리스때는 형식이 중시되었다. 중세에는 형식이 경시되었고, 근대에는 개성이 강하게 표출된 낭만주의와  형식이 중시된 현실주의가 대두하였다. 현대에는 변형의 사조가 전형론의 핵심이었다.

 

 한편 중국의 문화구조는 기본적으로 기․음양․오행․팔괘로 구성되어있다. 이 가운데 양강과 음유의 의경유형은 중국문화예술의 골간을 이루고 있다. 즉, 그것은 자연적 특성과 시대적 특성과 결합하여 인간 속에 작품이 용해되게 하였다. 또한 유가의 전아함과 양강의 미, 도가의 충담과 음유의 미는 중국 의경의 핵심으로 예술작품에 뿌리깊게 활착하고 있음을 살펴보았다.

 

 우리는 여기서 서양의 뚜렷한 논리 속에서 나온 명쾌한 전형에 비해 동양의 모호한 참조체계 속에서 배태된 의경의 정신에서 동서양의 기본적 문화정신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참고문헌

1. 장파, 유중하 외 역, 『동양과 서양의 미학』, (서울 : 푸른 숲, 1999)

2. 『세계철학대사전』, (서울 : 고려출판사, 1992)

3. 周來祥, 『中國美學主潮』,(山東大學出版社, 1992)

4. 敏澤, 『中國美學思想史』, (북경 : 1987)

5. 김승동, 『동양철학입문』, (부산 : 부산대출판부, 1996)

6. 유 협, 최신호 역, 『문심조룡』, (서울 : 현암사, 1975)

7. 곽희, 「임천고치」,『동양화 화론선』(대만 : 화정서국, 1978)

8. 채의, 강경호 역, 『문예미학』, (서울 : 동문선, 1989)

9. 리샤르, 백기수 외 역, 『미술비평의 역사』, (서울 : 열화당, 1995)

10. 유재길, 『서양미술사』, (서울 : 조형사, 1996)

11. 마이클 설리번, 한정희 역, 『중국미술사』, (서울 : 예경

출처 : 서예세상
글쓴이 : 三道軒정태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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