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思開/생각요만큼

[스크랩] 권순철 펌)

멍석- meongseog 2007. 12. 21. 16:41

얼굴 / 1987 / 27.5x36.5 / oil on canvas



하얗게 바래버린 얼굴

부풀고, 찌들고, 망가진 얼굴들 틈

에서 얼핏 설핏 반짝인는 얼굴.

일과 땀고랑이 어우러져 빚어진 얼굴.

민족사와 더불어 안고 딩굴며,

참고 견디며, 울고 웃으며,

스스로 이기며 살아온 얼굴.

백두산 같이 의젓하고

남해같이 포근한 좋고 좋은 얼굴



해질녘 / 1988 / 73x53 / oil on canvas



우리가 요즈음 보고 즐기는 파아란 가을하늘을 그렸다면

그것이 구상인가? 비구상인가?

나에게 있어서는 구상, 비구상 등을 생각할때

처음에는 아주 작은 차이가 차차 커지면서 어느 정도 다른 것처럼 보이나

우리 한국에서 일부 보이는 것처럼 너무 다르게 생각함이

그다지 뜻있는 일이 되지 않는 것 같다. 구태여 규정지워 놓은 구상,

비구상 등의 의미를 생각하며 얘기를 끌어보면

나는 내 마음의 충동에 따라 구상도 할 때가 있고 추상을 할 때도 있으며,

시간과 여유만 있다면 여러 다른 재료와 방법으로

무언가 새로운 형상을 만들어 보고 싶다.



넋1 / 1988 / 162x130 / oil on canvas



학창시절에는 구상도 했지만

주로 비구상적인 추상작업에 매료되어 있었던 것같고 졸업한 후

70년대 초부터 새롭게 우리 한국의 산이나 물, 얼굴 모습 등에

많은 비중을 두어 조금씩 그리기 시작하여 아직까지 계속중이며

추상작업도 조금씩은 같이 병행하고 있다.

그러나 나의 구상이나 추상작업에서 학장시절부터 지금까지 바탕이 된

어떤 정신은 한국이라는 것이다.



꽃 / 1982 / 96x130 / oil on canvas



예술이나 문화의 역할이 인간생활을 보다 풍요롭게 함이라면

개인이나 민족의 다양한 자기표현을 인정하고 고양시켜야 할것이라 생각되며

이런 의미에서 작가가 어떤 작업을 하든 일단 인정해주되

그 작업의 성실성, 완숙된 정도를 보고 느끼고 즐길지언정

무슨 제한을 준다든가 너무 유형지워버림은 그 작가에게도 짐이 되고

예술 발전을 경직시키는 결과가 될 것 같다.



얼굴 / 1988 / 131x193 / oil on canvas



오늘의 작가라면 과거나 현재도 깊이 생각해야 하나

또한 미래의 인류생활이나 문화의 향방에 대해 이렇게 될 것이다 라든가

이렇게 되어야 한다는 가정아래, 다가오는 미래에 대한 예술정신을 통한

준비가 있어야 할 것이며, 또한 피흘리는 한국의 현실에 대한

깊은 통찰아래 인류의 고통을 형상화 해야할 것이다.

작가들이나 평론가들, 대중들이 치열하면서도 부드러워야 되지 않을까 싶다.



Vitry 철길 / 1990 / 22x27 / oil on canvas



71년 겨울

서울역 대합실에는

밤이 깊어도 올데갈데 없는 군상들이 공안원의 발길에 쫓기면서도

웅크리고 않아 하룻밤을 지샌다.

몇몇은 실성한 이들, 미쳐서 주인집에서 쫓겨난 식모,

하나같이 굴뚝에서 나온 것같은 땟국이 번들거리는 얼굴들,

저들은 언제부터 이렇게 떠돌고 있는 것일까.

이 얼굴들이 갈 곳은 어디인가.



얼굴 / 1990 / 130x162 / oil on canvas



72년 7월

국립현대미술관에 가서 에꼴 드 서울 전시장을 돌아보았다.

우연히 미술관 벽은 공기통 속에다 둥지를 튼 새집에서

작은 새끼들이 재재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그림이 무엇인지. 신선한 새소리만큼이라도 감동을 주는 예술이란 어떤 것인지.

한동안 넋을 잃고 서서 그 소리를 듣고 왔다.



넋 / 2000 / 40x40 / oil on canvas, 철조망



79년

일하는 모습은 아름답다.

이거나 지거나 들거나 두들기거나 파거나 간에

일하고 잇는 사람에게서 아름다움을 느낀다.

그냥 빈손으로 일 안하고 있는 모습에서는 아무것도 볼 수가 없다.

형적없는 일을 하는 사람들, 평생 반복적인 일을 한순간 한순간 공들여가며,

방직기 앞에서 밭뚝에서.. 운전석에서.. 물가에서..

보이지 않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아름답다.



얼굴, 돌장승 / 2000 / 60x81 / oil on canvas



80년 12월20일

이젠 정말 베토벤의 음악보다 거리의 소음이,

우리 한국의 길바닥에 널려있는 살아가는 시끄러운 소리들이 더 좋은 것 같다.

안락한 서구실 건물이나 아파트의 실내에서는 전혀 아름다움이 보이지 않는다.

거칠고 아무렇게나 지어진 판자촌, 진창, 쓰레기더미,

비닐, 깡통, 연탄재가 뒹구는 생짜들이 더 아름답고 반갑다.



얼굴 / 1990 / 130x162 / oil on canvas



81년 2월

육교위 장사꾼, 양지 쪽에 매달려 추위에 떨며

하루종일 서 있는 노점상 아낙.

청소부들, 알려지지 않은 채 궂은 일 도맡아 하다가

화장터의 한줌 쓸쓸한 재로 남는 사람들 무수한 이슬과 같은 그들.....



넋, 새 / 1996 / 50x73 / oil on canvas



권순철은 1944년 경남 의창에서 출생하여,

1971년 서울미대 회화과 및 동 대학원 졸업하였고,

1978년 그로리치 화랑에서 제1회 개인전, 미술회관에서 2회,

서울미술관에서 3회 및 4회 개인전을 열었으며,

1986년도 제1회 화랑협회 미술제에 가나화랑 초대로 개인전을 열었다.

1988년 3월에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스톡홀름 국제회화제"에

가나화랑초대 개인전을 가졌다.

단체전으로는 신체제전, 형상회전, 그리고 그리나니 모임, 인간전, 22전,

민족미술협회전, 한국미술협회전, 국립현대미술관주최 현대미술초대전 등에 참가했다.



넋 / 1998 / 260x200 / oil on canvas, 철조망



권순철은 전쟁으로 타계한 그의 부친 및 삼촌,

그리고 일본과의 투쟁에서 피흘린 조상들을 추모하는 작품을 한다.

살아남은 이들의 절망한 육신이 어디로 갈 지 몰라 먼 지평을 헤매듯이

너무 일찍 죽은 이들의 '넋'은 가이없이 천공을 떠돈다.

말하자면 죽었으나 살아있는 그러한 사람들과, 살아 있으나

죽은 사람들이 그의 그림에 함께 나타난다.



넋, 흔적 / 2000 / 40x40 / oil on canvas, 철조망



따라서 사람의 얼굴 형상을 그리든, 산의 형상을 그리든

그에게는 그리 큰 차이가 없다. 권순철은 세잔느와 레오나르도 다빈치에게서

큰 감명을 받기도 했지만, 한국의 땅과 사람사이에는

아무런 단정도 존재하지 않는다.

"풍경화는 해가 지면 끝내야 하지만

화실에서 그리는 얼굴은 끝이 없다."라는 말에서 풍기는 뉘앙스처럼

그것은 길에 있는 사람들의 표정을 담아낸 많은 스케치들에 의해

끝없이 변형되어 진다.



얼굴들/25x35/종이와 연필



1944 창원출생

서울대 회화과 및 동대학원 졸업



흐르는 음악;피아노 협주곡 2번 2악장 / 라흐마니노프



출처 : 화실전
글쓴이 : 그림여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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