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心遊/思慕

[스크랩] ▶근조◀ (시) 여기 오는 사람 - 김정란

멍석- meongseog 2009. 5. 26. 10:07

여기 오는 사람 
   - 김정란
그는 몸으로 어둠을 밀어내며 걸어간다. 
새벽, 차고 맑은 공기, 
향기로운 바람 끝에서 빛이 솟아난다. 
그는 가슴의 순결함과 
그를 일생 동안 따라다니며 괴롭힌 
힘센 자들의 사악한 혓바닥 사이로 
높이 솟은 긴장의 끝에 선다. 
그가 조용히 말했다. 
"저기 사람이 지나가네." 
그리고 그는 우주의 자유 속으로 
가뿐히 몸을 던졌다.
살아남은 우리가 흘리는 눈물이 
슬픔과 분노의 강이 되어 
그의 몸을 받는다. 
그가 그 눈물의 강 안에서 
본래의 순결함과 아름다움과 힘을 되찾을 수 있도록 
그가 다시는 갈갈이 찢겨 모욕당하지 않도록
그리하여 
여기 사람이 온다. 
여기 사람이 온다. 
그는 우리 가슴 깊은 곳으로 
크고 아름답게 그리고 절대적으로 
온다. 
여기 사람이 온다. 
영원히 온다 현재형으로 
그는 저기 지나가지 않는다. 

 
출처 : 禪偈非佛
글쓴이 : 선게비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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