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먹을 갈며/마음고요

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

멍석- meongseog 2011. 10. 13. 20:49

 

 

 

@ 2011. 멍석촬영/갈대 (스마트폰)

 

 

 

 @ 작품을 하면서 급한 일이 아니면 일찍 집에 들어가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아이들 어릴적 함께 놀아준 적도 별로 없는 것 같고, 지금은 다 성장했지만.

     붓을 잡으며 묵향에 빠져 오직 벼루와 붓과 종이와 먹물에 흠뻑 빠져서

     푸른 청춘의 빛난 날들을 혼자 좋아서 미친듯 살아온 것만 같다.

     오늘은 잠시 모든 걸 접고 저녁놀을 벗하며 일찍 집에 가서

     도란도란 얘기꽃도 피우며 가족과 저녁을 먹고 싶다.  

     -멍석의 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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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

 

                                                          이 상 국 

 

                                     

   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  

  부엌에서 밥이 잦고 찌개가 끓는 동안

  헐렁한 옷을 입고 아이들과 뒹굴며 장난을 치자

  나는 벌 서듯 너무 밖으로만 돌았다

  어떤 날은 일찍 돌아가는 게

  세상에 지는 것 같아서

  길에서 어두워지기를 기다렸고

  또 어떤 날은 상처를 감추거나

  눈물자국을 안 보이려고

  온몸에 어둠을 바르고 돌아가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일찍 돌아가자

  골목길 감나무에게도 수고한다고 아는 체를 하고

  언제나 바쁜 슈퍼집 아저씨에게도

  이사 온 사람처럼 인사를 하자

  오늘은 일찍 돌아가서

  아내가 부엌에서 소금으로 간을 맞추듯

  어둠이 세상 골고루 스며들면

  불을 있는 대로 켜놓고

  숟가락을 부딪치며 저녁을 먹자

 

 
이상국(시인)
출생 : 1946년 9월 27일 (강원도 양양)
데뷔 : 1976년 시 '겨울추상화'
수상 : 1976년 심상 신인상
         유심작품상
         민족예술상
         제1회 백석문학상
 
 
시출처;화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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