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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기차가 지나간다

멍석- meongseog 2008. 2. 5.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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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가 지나간다

 

 

 

                                하재봉

 

 

  내 기억하거니와, 하늘과 땅을  용접시키던 불꽃의 꼬리

 가 죽은 나뭇잎처럼 숲속으로 떨어지는 것이었다.

 

  신분을 감추고 나무들의  바닷속으로 걸어가는 나. 구름

 은 흩어지면서 숨어  있는 황금을 슬쩍  보여 준다. 저녁

 보다 먼저 별의 등불을 걸어 두어야 하므로. 기차가

 

  지나간다. 아주  우둔한  자들은 서쪽 지평선 밑에 태양

 을 매장한 뒤  발전소를 찾아가는 것이었는데, 거꾸로 내

 려가는 후송  열차인지 상처받은 신음 소리로 가득 차 있

어, 난 잠들 수 없다.

 

  내 거의 확신을 가지고 물어보겠는데, 누구에게도  공격

 받지 않고 임종을  맞은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존재하

 는가? 그렇다면 남은 나의 생을  그대에게 무상으로 기증

 하겠다. 기차가

 

  지나간다. 힘을 공급하는 발전소  내부에도, 어두운  뒷

 골목이 있고 버려진  쓰레기통이 있고 여위어  가는 달과

 반비례해서 털의 윤기가  비로드천보다 빛나는 검은 도둑

 고양이가 있다는 것, 왜 모르겠는가.

 

  태양처럼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남아  있는 내 목숨,

 사실은 생리가 중단된 그녀들과  난, 목례를 나누기 전부

 터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남자들은 모두 자궁을 갖고 싶

 어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어디에 감추었다고 생각하세요?

  누구나  자기 몸 이외의 또  다른  무덤을 갖고  싶어한

 다. 일생 동안 나는  태양에 집착했었다. 그것이 나의 자

 궁이었고, 그것이 나의 발전소였으며 그것이 나의 암세포

 였으므로. 벌써 날이 저물고, 그림자들이 길어지고, 벽들

 이 두꺼워졌다. 아, 기차가

 지나간다.

 

시집 『발전소』(민음사, 2007 재개정판) 중에서



출처 : 화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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