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善見律經卷(唐, 國銓)
불교가 서예에 대한 영향은 매우 큰데 관념 이외에 사경이 더욱 그러하다. 남북조 시대에 사경은 이미 크게 성행하였을 뿐만 아니라 전문적으로 경을 베끼는 경생(經生)이 있었다. 당나라에 이르러 해서가 성숙함에 따라 사경은 규범적이 되었다. 각 사찰에 전문적으로 사경에 종사하는 경생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홍문관에도 사경이라는 분야가 설치되어 전문적으로 사경의 인재를 배양했다. 이에 따라 일반적인 정서(正書)와 다른 별도의 경체(經體)가 나타났다.
<선견율경권(善見律經卷)>은 당나라 국전(國銓)이 정관 22년(648)에 종이에다 쓴 것으로 크기는 46.8cm×22.6cm이다. 국전은 당 태종 때의 사람으로 “그의 글씨는 정숙하고 깨끗하면서 아리따움에 가깝다.”라는 평을 받은 당시 사경의 고수였다. 당시 유명한 화가인 염립본(閻立本)이 총감독을 했고 유명 서예가인 조모(趙模) 등이 감독했다. 이를 보면 당시 국전이 경생에서 지위가 상당히 높았음을 알 수 있다. 많은 학자들은 이 작품의 서풍이 저수량과 설직에서 나왔다고 하는데 이는 틀린 말이다. 저수량 만년 서풍의 가장 빠른 대표작 <방현령비(房玄齡碑)>는 이보다 4년 뒤에 나왔고, 설직은 649년에 태어났으니 무엇을 스승으로 삼았는지 알 수 없다. 경생체(經生體)는 당시의 별체로 스스로의 발전과 규율을 가지고 있다.
이 작품의 용필은 매우 정미하며 거의 흠을 잡을 수 없는 정도에 도달했다. 필세의 왕래와 붓끝으로 이루어진 능각은 모두가 분명하고, 때로는 견사가 조화를 이루며 굳세면서 아리따운 정취가 나타내고 있다. 필획이 적거나 짧은 것은 때때로 무거운 필치를 운용했으니, 예를 들면 ‘王, 亦, 名, 如’ 등이 그러하다. 필획이 많거나 긴 것은 때때로 가볍고 허한 용필을 운용했다. 날법(捺法)은 굳세고 웅장하며 능각이 뛰어나거나 혹은 가볍게 삼절을 하여 흐르는 샘물과 같은 뜻이 있다. 구법(鉤法)은 부아구(浮鵝鉤)에 예서의 필의를 운용한 이외에 모두가 원절의 구법을 사용했다. 기필은 대부분 측필로 형세를 취하였고 중간은 힘을 썼으므로 연미한 가운데 중후함을 취하였으며 가는 가운데 둥글음을 얻었다. 필법은 근엄하고 자태는 맑고 아름답다.
서세를 보면 주로 가로로 표일함을 위주로 하고 때때로 종세를 취함이 있어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 정취를 나타냈다. 결체는 방정하고 사전은 둥글고 유창하므로 모나면서도 판에 박히지 않고 둥근 가운데 골을 얻었다. 필획을 세 번 꺾어 필봉에서 필획의 형상을 나타냈다. 향세(向勢)를 위주로 하여 체세가 너그럽고 둥글다. 장법에서 간격은 대체로 서로 같고 행과 열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작품은 결국 경생체이므로 주로 실용미의 목적에 복종하면서 매우 엄격한 규범성을 띠고 있다. 용필은 매우 정미하나 상당히 간단하여 서로 같은 필획을 서사함에 모두가 한결같아 거의 중첩된 느낌이 든다. 이뿐만 아니라 글자체의 결구도 서로 같으니 이와 같은 글자들은 ‘者, 此, 王, 也’ 등이 있다. 이를 보면 경생체는 서예와 달리 용필의 확실성을 강조함과 동시에 같은 글자는 서사방법의 규범성을 강조하여 한 글자를 단지 한 종류 혹은 두 종류의 변화만 허락하지 이보다 많은 변화는 허락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기본적 필법을 연구하는 데에 상당히 유용하다.
더욱 주의할 것은 이 작품이 이와 같을 뿐만 아니라 모든 사경체의 계통이 모두 이러한 방식을 운용한다는 점이다. 이 작품보다 90년 뒤인 개원(開元) 26년(738)에 경생이 쓴 <영비경(靈飛經)>을 자세히 비교하면 풍격과 용필이 거의 완전하게 같음을 알 수 있다. 또한 함형(咸亨) 3년(672) 우세남의 아들 우창(虞昶)이 감독하고 경생인 왕사겸(王思謙)이 쓴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 권8의 풍격과 용필 또한 이 계통에 속한다. 이를 보면 당나라 때의 사경체는 별도로 일파가 있어 대대로 전해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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