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倪寬贊(唐)
역사에서 많은 무명씨(無名氏)의 작품들이 있지만 그들 작품은 결코 유명 서예가보다 못하지 않다. 그러나 지위가 낮아 당시 이름을 떨치지 못해 혹은 모씨가 쓴 것이라 하여 성명을 숨기고 유명 서예가의 이름을 빌리거나, 혹은 생계를 글씨를 썼는데 오랜 세월이 흘러 진위를 분간 못하는 경우도 있다. 세상에 전하는 <예관찬(倪寬贊)>과 <대자음부경(大字陰符經)>은 이런 유형에 속하는 것 중에서 가장 유명한 예로 서예사에서 불후의 명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예관찬>은 묵적 지본이다. 해서로 행마다 7자씩 50행을 썼고 끝 행에 ‘臣褚遂良書’라는 제관이 있다. 전문은 345자이고 송나라의 휘(諱)를 위해 5자를 없애버렸다. 이 작품은 서예사에서 가장 유명한 것으로 많은 쟁론이 있었다. 명나라 대서화가인 동기창은 임종 전에 이 작품은 저수량이 쓴 것이라 했다. 근대의 서방달(徐邦達)은 고증을 통해 이 작품은 위작이라 했다. 5자를 없애버린 것은 송나라의 휘를 위한 것이지만 당나라의 휘는 피하지 않았다. 또한 별자(別字)가 있는데 이는 저수량의 손에서 나올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서예적인 측면에서 볼 때 이 작품은 확실히 정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의 서풍을 보면 구양순과 저수량 사이에 있으면서 별도의 면모가 매우 두드러지나 돌에 새기기 위한 명석(銘石)의 글씨에는 속하지 않는다. 필세의 왕래는 필묵의 감각과 효과를 매우 중시했다. 이는 당나라 해서에서 보기 드문 것으로 윤택한 것 같으면서 또한 껄끄럽고, 껄끄러운 같으면서 또한 윤택하여 예운림(倪雲林) 묵법의 감각과 같아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이는 또한 이 작품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의 하나이기도 하다. 동시에 이를 쓴 사람이 필묵의 기교가 매우 무르익은 경지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감각은 문인의 사의화(寫意畵)가 나타난 이후에야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점은 매우 중시하고 깨달아야 한다. 왜냐하면 행초서에서 이러한 경지에 도달해야만 해서에서 평담함을 쉽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지에서 나타나는 글씨는 매우 부드러운 것으로 매우 강한 것을 이기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 묘한 정취는 실로 말하기 어렵다.
용필을 보면 매우 특색이 있다. 주된 가로획은 때때로 측법(側法)으로 입필해서 중후하면서도 탄력성이 있어 종요(鍾繇)의 글씨와 매우 흡사하다. 짧은 가로획은 혹 무겁고, 혹 가볍고, 혹 예서의 필의를 띠지 않아 묘한 정취가 저절로 나타난다. 별법(撇法)은 섬세하고 중봉으로 운영했기 때문에 가운데에 먹물 흔적이 있는 것 같아 비록 가늘더라도 또한 둥글다. 날법(捺法)은 무겁고 함축적이면서 곳곳에 암암리 예서의 정취를 간직하고 있다. 구법(鉤法)은 부아구(浮鵝鉤)에 예서 필법을 띠는 것을 제외하고 갈고리 같으면서 갈고리가 아니고 봉망을 반쯤 감추어 마치 얼굴을 반쯤 가리고 비파를 뜯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또한 사선의 갈고리는 비교적 길어 우세남과 가까우면서 우세남 글씨가 아니며 매우 함축적인 느낌이 있으니, 예를 들면 ‘武, 成, 式’ 등의 글자와 같다. 이는 바로 저수량 글씨의 특징이기도 하다. 남송의 조맹견(趙孟堅)은 이를 보고 매우 심취하여 “얌전하고 아름다우면서 유창하여 마치 도를 얻은 선비가 세속의 티끌을 용납하지 못하는 것과 같으니, 이를 보면 스스로가 붓털에서 속박되어 비루함을 느낄 것이다.”라고 했다.
결체를 보면 안은 조밀하고 밖은 성글게 하는 법을 따랐다. 그러나 예서 필의를 띠는 것을 숭상했기 때문에 붓끝에서 표일한 자태가 보인다. 굵고 가늠이 서로 협조를 이루고, 크고 작음이 자연스럽다. 장법은 청아하고 기운은 서로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때와 윤택한 기운을 얻어 한가롭고 우아한 정취를 이루었다고 하겠다. 또한 붓은 밖에서 발하고 성정은 안에서 움직이며 표일한 필치 몇 줄에 화창한 뜻을 얻었다고 하겠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옥에 티가 있다면 가로획의 중간을 항상 가볍게 들어 지나간 점과 별법이 지나치게 허하고 가늘어 가벼운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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