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길을 보았다 / 정지원
사라진 길이 아픈 건 발자국 때문이다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건너가다가
마음을 헛디뎌 넘어진 날
나도 모르게 걸음이 먼저 찾아와
볕 잘 드는 그림 속에 머물던 흐르는 길 하나 있기에
길을 가다가 버려진
목소리에 귀를 연 적이 있다
돌아갈 수 없는 것들은 그대로 서서
나무가 되고 풀이 되고
그러다 자꾸자꾸 사무치면 흙이 되겠지
그리움이 맺히고 다져져 길이 된다
어디에도 마음 둘 곳 없어 서러운 날
온통 당신의 발자국 찍힌 나를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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