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먹을 갈며/마음고요

과수원에서

멍석- meongseog 2008. 10. 13. 13:32

 

@ 2006. 知足(지족) / 멍석작 (화선지에 수묵, 물감 45 x 35 )


 
과수원에서 /  마종기
시끄럽고 뜨거운 한 철을 보내고
뒤돌아본 결실의 과수원에서
사과나무 한 그루가 내게 말했다 
오랜 세월 지나가도 그 목소리는
내 귀에 깊이 남아 자주 생각난다.
- 나는 너무 많은 것을 그냥 받았다.
  땅은 내게 많은 것을 그냥 주었다.
  봄에는 젊고 싱싱하게 힘을 주었고
  여름에는 엄청난 꽃과 향기의 춤.
  밤낮없는 환상의 축제를 즐겼다.
  이제 가지에 달린 열매를 너에게 준다.
  남에게 줄 수 있는 이 기쁨도 그냥 받은 것.
  땅에서, 하늘에서 주위의 모두에게서
  나는 너무 많은 것을 그냥 받았다.
- 내 몸의 열매를 다 너에게 주어
  내가 다시 가난하고 가벼워지면
  미미하고 귀한 사연도 밝게 보이겠지.
  그 감격이 내 몸을 맑게 씻어주겠지.
  열매는 음식이 되고, 남은 씨 땅에 지면
  수많은 내 생명이 다시 살아나는구나.
  주는 것이 바로 사는 길이 되는구나.
오랜 세월 지나가도 그 목소리는
내 귀에 깊이 남아 자주 생각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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