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먹을 갈며/마음고요

멍석- meongseog 2008. 11. 12. 08:57

 

 @ 산은산이요물은 물이로다 / 멍석작 (화선지에 수묵, 물감  2006년작)

 
          산 / 김용택 
       
      
      강물을 따라 걸을 때
      강물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이렇게 흐르는거야
      너도 나처럼 흘러봐
      하얗게 피어있는 억새 곁을 지날 때
      억새는 이렇게 말했네
      너도 나처럼 이렇게 흔들려 봐
      인생은 이렇게 흔들리는 거야
      연보라색 구절초 곁을 지날 때
      구절초꽃은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한번 피었다가 지는 꽃이야
      너도 나처럼 이렇게 꽃 피어봐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 지날 때
      느티나무는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이렇게 뿌리를 내리고
      그 자리에서 사는 거야
      너도 나무처럼 뿌리를 내려 봐
      하늘에 떠 있는 구름 아래를 지날 때
      구름은 나를 불러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별 게 아니야
      이렇게 허공을 떠도는 거야
      너도 정처없이 떠돌아 봐
      내 평생 
      산 곁을 지나다녔네
      산은 말이 없네
      한마디 말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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