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문에서 만든 희망나무
2009년 5월28일 밤 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이 거행되기 전 마지막 날이어서인지
덕수궁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텔레비전 뉴스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더 많았습니다.
오랜 시간을 기다려 분향과 헌화를 하고도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뜨지 못하더군요.
봉하마을로 보내자고 누군가 시작한 학 접기가 여러그루의 학 꽃나무를 만들었답니다.
누군가, 환하게 웃으시는 노 대통령의 사진을 붙인 작은 종이에
" 좋은 날이 오면.... 우리 다시 만나요"라고 적어 놓았습니다.
덕수궁 옆에 있는 시립미술관 주변 나무입니다.
종이학이 꽃보다 더 곱습니다.
너무 고와서 마음이 더 슬퍼졌어요.
가족끼리,또는 친구들과 학을 접고 있답니다.
정성을 다해 접은 학이 나무둥치 아래마다 수북히 쌓여 있습니다.
종이학은 하나도 빠짐없이 수거하여 봉하마을로 보내진답니다.
조문을 마친 사람들은 노 대통령께 전하는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이 때 시간이 밤 11시가 넘은 시간입니다.
아마 모두들 이 자리에서 밤을 새고 영결식에 참석하려는것 같습니다.
자기가 접은 종이학을 모두들 예쁘게 자리잡아 주고 있습니다.
각자의 마음속에 간직한 간절한 소망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그러나 오늘 만큼은 떠나시는 대통령의 명목을 비는 마음이 더 클것 입니다.
지하철 1호선 시청앞 1번 출구입니다.
어느 출구나 이렇게 떠나시는 대통령께 전하는 편지로 가득 차 있습니다.
할아버지와 함께 어린손녀도 편지를 씁니다.
글의 내용은 서로 달라도 그 마음은 똑같을것 같습니다.
" 제가 처음으로 투표해서 뽑았던 대통령님,
'너무 슬퍼하지 마라''하셨지만 너무 슬픕니다.
'미안해 하지 마라'하셨지만 너무나 미안합니다."라고
학생이 쓴 글을 몰래 읽어보았습니다.
외국기자가 촬영을 하기에 저도 찍었습니다.
사진을 찍은 후에 너무 사랑스러워서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지요.
" 넌 여기 왜 왔어? 코~ 잠자야지. 어린이가.."
그랬더니 저를 보고 한심하다는듯이 큰 소리로 말했어요.
"대통령할아버지한테 빠이빠이 하러 왔단 말이예요!"
어린 자녀들의 손을 잡고 분향소를 찾은 가족들이 많았습니다.
덕수궁 담 벽에 딱 붙어서서 분향 순서를 기다립니다.
영결식 전날이어서인지 조문객이 어제보다 더 많았습니다.
발 딛을 틈도 없이 비좁은 골목입니다.
덕수궁 돌담옆 골목길에 차려진 간이 분향소입니다.
바쁜 사람들은 이곳에서 조문을 합니다.
길바닥에 은박지 돗자리를 깔고 하는 조문이어서 일까요?
눈시울을 붉히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시멘트바닥에서 하는 조문이지만 그 정성은 더 크고 지극해 보입니다.
조문을 마친 사람들은 대부분 주변 벽보판에 글을 쓰고 게시된 편지글을 읽으며
감탄도 하고 공감을 하기도 하며 눈물 짓기도 합니다.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길바닥에서 하는 절이어서 마음이 더 아픈가 봅니다.
조문을 마친 사람들이 한결같이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하더군요.
5월28일 밤 11시 무렵입니다.
주변이 너무 어두워 시민들이 곳곳에 촛불을 밝힙니다.
상록수를 부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어두컴컴한 골목길에서 처음엔 조용히 부르다가 이내 목청을 높여 불렀답니다.
저 들에 푸르른 솔잎을 보라 / 돌보는 사람도 하나 없는데
비바람 맞고 눈보라 쳐도 / 온 누리 끝까지 맘껏 푸르다
서럽고 쓰리던 지난날들도 / 다시는 다시는 오지 말라고
땀 흘리리라 깨우치리라 /거칠은 들판에 솔잎 되리라
우리들 가진 것 비록 적어도 / 손에 손 맞잡고 눈물 흘리니
우리 나갈 길 멀고 험해도 /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
상록수를 선창하며 가사를 낭독해주는 청년들 앞엔 수 많은 시민들이 앉기도 하고
서기도 한채로 함께 노래를 불렀습니다. 1절을 부를 땐 씩씩하게 불렀는데
2절에 "서럽고 쓰라린 지난 날들도 / 다시는 다시는 오지 말라고" 에 이르러
흐느껴 울며 노래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 갔습니다.
3절에 이르러서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함께 불렀습니다. 상록수를...
노래가 끝나자 누군가 크게 외쳤습니다. " 다시 부릅시다! 계속 부릅시다!"
그래서 부르고 또 불렀습니다. 조문을 위해 그때까지도 덕수궁 담 옆에 붙어있던 시민들도
함께 부르게 되었지요. 모두들 한결같이 우리는 왜 이렇게 어두컴컴한 옛 고궁의 담 옆에서
목이 아프도록 노래를 부르나,우리에게 왜 이런 슬픈 일이 닥친것일까, 모두들 알 수 없어하며
울고 노래하고 그렇게 밤이 깊어갔습니다. 40대 50대 아버지들이 제일 많이 우셨습니다.
노 대통령께서 서거하시기 전날 그 깜깜한 암흑같은 절대 고독의 밤처럼
주변이 너무 어두웠습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사람들은 자기의 촛불을
이곳 저곳에 밝혀 둡니다. 가시는 발걸음 어두울까봐 걱정이 되나 봅니다.
지하철 시청역 1번 출구 벽에 큼직하게 붙여 놓아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한결같이 "지못미"( 지켜드리지 못헤서 미안합니다)라는 글이
가장 많았습니다. 그리고 뒤늦게 깨달은 사랑에 아파했습니다.
지하철 1호선 1번 출구 벽 높은 곳에 붙여 있는 이 글을 보고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오래 발을 멈추고 보고 또 봅니다.
그리고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 그래 , 사랑했구나, 정말 사랑했구나. 근데 왜 몰랐지? "
너무 늦게 깨달아서 더 아프고 슬픈것 같습니다.
2009년 5월28일 밤 11시 40분 무렵 대한문 바로 앞 입니다.
소나무 한그루 옆에 농부처럼 소박한 노 대통령의 모습이 그려진 대형 걸개 그림앞에서
4시간을 기다리고 이제 막 분향을 하게된 시민들이 서 있습니다.
그림이 마치 산처럼, 큰 울타리처럼 사람들을 감싸안고 있는것 같습니다.
오른쪽, 대통령의 어깨 조금 아래에 쓰여진 글씨는 "강물처럼"이라고 써 있습니다.
강물처럼.... 강물처럼...
조문객들이 한개씩 접은 종이학 꽃나무입니다.
누군가 희망나무라고 이름 붙여놓은 것처럼 덕수궁 시민 분향소에는
희망 대한민국이 살아 있었습니다.
Posted by namhanriver / 2009.05.29
'^-^ 心遊 > 思慕'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Nocut포토] 故 노무현 전 대통령 비공개 사진(1) (0) | 2009.07.17 |
---|---|
[스크랩] 노 전 대통령 추모콘서트, 성황리에 끝나 (0) | 2009.06.22 |
[스크랩] "DJ 추도사 막은 이명박 정부, 겁 상실했다" (0) | 2009.05.29 |
[스크랩] "노무현 죽인 이명박, 몇 백 년 동안 기억될 것" (0) | 2009.05.29 |
[스크랩] [헌시] 우리들 자신이기도 하는 노무현 대통령-김준태 (0) | 2009.05.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