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心遊/思慕

[스크랩] 노 전 대통령 추모콘서트, 성황리에 끝나

멍석- meongseog 2009. 6. 22. 18:32

 

 

 

 

 

 

 

 

 

 

 

 

 

 

 

 

 

 

 

 

 

 

지난 5월 서거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콘서트 '다시 바람이 분다'가 많은 시민들의 관심과 애정 속에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21일 오후 7시 25분께 서울 구로구 항동 성공회대 운동장에서 열린 콘서트는 주최 측 추산 1만 여명(구로서 경찰 측 추산 6천 여명)이 넘는 인파가 몰리면서 한 시간 가량 늦게 시작됐다.

당초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이날 콘서트는 공연 이틀을 앞두고 연세대학교 측이 갑작스럽게 불허 방침을 내어 성공회대에서 진행됐다.

이 날 콘서트는 박준홍 연세대 총학생회장과 박명희 성공회대 총학생회장의 인사말로 시작되었고 사회는 영화배우 권해효씨가 맡았다.

연세대 총학생회, 한국예술종합학교 비상대책위원회, 한양대 총학생회(안산), 세종대 총학생회, 성공회대 총학생회 등이 공동주최했으며, 신해철(NEXT), 윤도현(YB), 안치환과 자유, 전인권, 강산에, 김C(뜨거운감자), 우리나라, 노래를찾는사람들, 윈디시티, 피아 등 10개 팀이 사례 없이 참가했다.

또 이해찬 전 국무총리,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 백원우 민주당 국회의원, 영화배우 명계남씨 등 노 전 대통령의 측근들도 참석해 공연을 지켜봤다.

특별히 이날 콘서트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고 새로운 도약을 다짐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을 뿐만 아니라 흔치 않게 가요계의 신구 세대들이 한데 모여 80~90년대의 민중가요와 2000년대의 대중음악이 어우러진 뜻깊은 자리였다.

 

“기다리고 있는 것만도 행복합니다”

이 날 저녁에 있을 콘서트를 보기 위해 시민들은 길게 줄을 서야 했다. 오후 3시께부터 성공회대 교정과 대학 가는 길목에 행렬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행렬 제일 앞에 서 있던, 성남에서 온 차아무개(35, 회사원)씨는 지인 3명과 함께 오전 11시 부터 서 있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서 있는 행렬을 잃지 않기 위해 점심식사도 돌아가며 했단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콘서트에 이 정도 기다림은 아무것도 아니”라며 밝은 웃음을 내 보였다.

오후 6시가 넘어서면서부터 행렬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6시 30분께엔 인근에 있는 유한대학을 지나 역곡역까지 행렬이 뻗어있었다. 길게 뻗어 있는 행렬을 보며 일부 시민들은 그곳을 향해 걸어가면서 자신도 모르게 “우와!”라고 하며 탄성을 내지르기도 했다.

천안에서 온 정아무개(50, 자영업)씨는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 것만도 행복하다"며 "이것은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시민들의 성숙된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MB정권은 이런 시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시민들이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어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시민들은 콘서트 관람을 포기하고 자원봉사 대열에 합류해 <위클리경향>과 <시사인>에서 나온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추모 특별판을 나눠주기도 하고 혼잡해지는 행렬에 길 안내 봉사를 했다.

뜻하지 않게 자원 봉사를 하게 된 서아무개(50,회사원)씨는 “자원 봉사하는 것도 행복하다”고 운을 뗀 뒤 “처음에 노 전 대통령 추모콘서트를 연세대학교 노천극장에서 한다길래 나이도 있고 젊은 친구들에게 배려하고 조용히 집에서 인터넷으로 보려고 했다. 그런데 연세대에서 갑자기 불허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괘씸해서 이곳에 더 오게 되었다. 오히려 이렇게 내 생각을 바꿔주고 젊은이들과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하게 만들어준 그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4시간여 동안 함께 웃고 함께 울고

콘서트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좌석 4천석이 가득찼다. 자원봉사자들의 안내에 따라 자리에 앉은 시민들은 통로 공간을 좀 더 좁게 만들며 뒤에 들어올 시민들을 배려했다. 그렇게 시민들은 4시간여의 시간동안 함께 웃고 함께 울었다.

사회자로 나선 탤런트 권해효씨는 “그 동안 너무 지쳤고 너무 화가 났다”며 “오늘 만큼은 너무 무겁지 않게 추모의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연세대가 내일 사법고시 2차 시험을 핑계로 추모 공연을 불허해서 안타깝다”며 “시험 치르는 분들은 연수원에 들어가서 좋은 법조인, 부끄러움을 아는 법조인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노란색 티셔츠를 입고 노란색 천을 손에 묶은 유시민 전 복지부 장관이 무대 위에 올라오자, 시민들은 일제히 그의 이름을 연호하며 반겼다.

유 전 장관은 이날 추모 글 낭독에서 “아직은 고인의 삶을 평가할 때가 아니고 기억을 가다듬어야 할 때”라며 “인간 노무현에 대한 기억이 살아있는 이상 사람 사는 세상의 꿈이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임을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장 때 서울역 분향소에서 만난 한 연세 지긋하신 시민의 위로를 받았다”며 “그 분이 '슬퍼하지 마세요. 노무현 대통령님은 죽지 않았습니다. 국민의 마음과 대한민국 역사 안에서 영원히 사실 것입니다'라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머리를 빡빡 밀고 검은 양복을 입고 나온 가수 신해철씨는 그의 노래 '민물장어의 꿈'을 부르며 “정말로 내가 누군지 알기 위해”라는 노랫말이 나올 때 목소리를 떨며 흐느꼈다.

눈물을 흘린 채 신씨는 “노 전 대통령을 죽인 것이 누구냐”고 시민들에게 물은 뒤, “노무현을 죽인 것은 이명박도, 한나라당, <조선일보>도 아닌 자신”이라고 고백했다.

신씨는 “그래서 저는 가해자로서 문상도 못 갔고 담배 한 개비 올리지도 못했다”며 “쥐구멍에 숨고 싶은 사람이 노 전 대통령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노래 밖에 없어서 이렇게 나오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어 신씨는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이 민주주의를 회복할 수 있을 전기는 줬을지는 모르겠지만 노 전 대통령이 그것을 위해 죽기엔 너무 아까운 사람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20년 전에 대학가요제에서도 부르고, 노 전 대통령 탄핵 때도 불렀다며 경쾌하고 힘 있는 '그대에게'를 “X X같은 XX들 두고보자”를 외치며 불렀다.

하지만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 백원우 의원, 영화배우 명계남 등 노 전 대통령의 측근들은 대학가에서도 응원곡으로 자주 나오는 ‘그대에게’의 즐거운 노래가 흘러 나와도 슬픈 표정을 계속 짓고 있었다.

콘서트 도중 간간히 노 전 대통령의 영상이 나오고 육성이 들릴 때쯤이면 시민들은 함께 웃고 함께 울었다.

노 전 대통령의 영상이 나오고 서민적인 사진들이 나오자 박수치고 흐뭇하게 웃다가도 '지금 어디에 있나요'라는 노랫말과 함께 서글픈 멜로디가 흘러나오자 일부 시민들은 오열했다. 일부 시민들은 노 전 대통령의 영상이 나오자 “죄송합니다”, “사랑합니다”, “이명박은 물러가라”를 크게 외치기도 했다.

가수 안치환씨는 '자유'라는 노래를 열창했다. 그는 “사실 저는 노 전 대통령을 추모의 마음만 가지고 있지는 않다”고 언급한 뒤 “추모의 마음과 함께 살아남은 자들이 가진 미래와 앞으로의 살아갈 날들에 대해 차가운 마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씨는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날아오른다고 하지만 우측의 날개가 제 역할을 못하는 것 같다”며 “인간에 대한 예의를 가진 우측의 날개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또 안씨는 “이 자리는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자리지만 우리가 그 때 완전히 청산했어야 할 과거가 아직도 잔존하고 있다는 것을 몰랐던 것을 기억하는 자리다. 그들이 이렇게 강하고 치사하고 비인간적이었는지를 미처 알지 못했단 것에 지금 청산하고 싶은 과거를 본다”고 말했다.

 

“페이소스를 넘어 희망으로”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는 영상을 통해 “시내가 강물이 되고, 강물이 바다가 된다. 시내가 바다를 만드는 것은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이다. 가장 낮은 곳을 흘러 모든 것을 다 '받아' 내는 것이 ‘바다’다. 그래서 바다다. 변화해야 한다. 지금까지 낡은 사고, 낡은 방식을 버리고 새롭게 변화해야 한다. 아픔과 분노를 넘어 민주의 바다가 되어야 한다”고 시민들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이어 신 교수는 “힘찬 연대와 새로운 출발을 기원한다. 여러분의 힘찬 결의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가수 정태춘씨는 노래 대신 ‘바람이 분다, 일어나야 한다’라는 제목의 자작시를 낭송했다. 대신 그의 노래 '92년 장마, 종로에서'를 부른 권해효씨는 “17년이 지났음에도 지금의 현실이 이 시와 노래와 다르지 않다는 게 슬프다”고 고백했다.

마지막으로 무대에 선 가수 윤도현씨는 “7년 전 '바람이 분다' 공연을 할 때는 바람이 분다의 뜻이 무엇인지 잘 몰랐지만 오늘 '다시 바람이 분다'라는 콘서트를 하며 이제 그 의미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 바람의 의미는 오늘처럼 자유, 생명, 공존의 바람을 뜻하는 것 아니겠냐"며 "사람 사는 세상 꿈꾸는 희망의 바람인 것 같다”고 밝혔다.

사회자 권해효씨는 “그분은 떠났지만 오늘 이 추모의 자리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그들이 뻔뻔한 것은 우리가 기억하지 못한다는 착각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끝까지 기억하자”고 참석한 시민들에게 당부했다.

이어 권씨는 “우리는 그와 함께 했던 기억을 갖고 있다. 지금 바람이 느껴지는가. 그가 느껴지는가. 자, 다시 한 번 꿈을 꾸자. 희망을 꿈꾸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 같이 외치자며 “노무현 대통령님 사랑합니다”라고 말하자 1만여 시민들은 함께 “노무현 대통령님 사랑합니다”고 화답했다.

가수 윤도현씨의 앵콜곡이 끝났음에도 시민들은 아쉬웠는지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일부 시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구호를 외치기도 하고 서로 그 자리에 남아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서로 어떻게 그간 생각했는지 나누기도 했다.

출처 : 별똥별의 블로그
글쓴이 : 별똥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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