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먹을 갈며/마음고요

반성 745

멍석- meongseog 2009. 6. 15. 19:27

 

 2009.   멍석작 / 있을 때 잘 해 (화선지에 수묵 )

 

 

반성 745 

 

                   /  김영승 

 

 

죽기 전에 자기 아들에게만 

알았느냐? 하고 죽었다는 

옛날 장인들의 비법처럼 

나도 그런 거 하나쯤은 갖고 있는가 

 

반 관에 450원 

국수를 삶으며 

고려청자의 비색 같은 

내 아픔의 연원 

그 아득한 고대 문명의 발상지를 

생각해 보며 

 

시계를 차고도 늘 

지각을 하는 

노예들과 

 

그리고 그렇게 

입 다물고 오래 참을 순 없는가 

 

당신을 사랑해요 혹시 

텅 빈 구멍을 메꿀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결국 

음흉하고 비열한 고백 속에서 

아름다운 여인이여 그대는 

재림한다고 하지 말고 해결한다고 하라 

재혼한다고 하지 말고 해결한다고 하라 

글쎄 

사랑한다고 하지 말고 해결한다고 하라 

 

이력서엔 

뒷간에 갖다 붙여 놓으면 

왼갖 잡귀란 잡귀는 다 물러갈 것 같은 

잡귀 쫓는 부적 같은 

내 반명함판 사진 

덜덜덜 떨리는 손으로 정성껏 

결국 삐뚜로 붙여 놓고 

 

자기소개서엔 '나는 천재다' 

나는 왜 그렇게 쓸 수 없는가 

신문에서 오린 사원 모집 광고 문안엔 왜 

식욕 있는 남녀, 성욕 들끓는 남녀 

라는 자격― 

 

그 자식들은 왜 나에게 

자기네들의 소개서를 써서 보내지 않는가 

 

아니면 '나는 미친 놈이다 으하하하하―' 

아니면 숫제 '나는 나는 갈 테야 연못으로 갈 테야 

동그라미 그리러 연못으로 갈 테야……' 

 

더러운 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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