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 09. 멍석작 / 인생 9화선지에 수묵, 물감 35 x 70 )
장미도 전갈처럼 스스로를 찌를 수 있다면
김중식
아아 처녀
처녀도 아닌 것이 맨날
허구헌 날 피흘린다
예쁜 얼굴에 죄도 많아서
온 몸뚱아리에 가시를 꽂아놓고 완벽하게 자학한다
거부하는 몸짓이 유혹하는 몸짓과 그토록 똑같아서
돌아서는 사람 뒤돌아보게 한 죄
그래서 그 사람 벌받게 한 죄
유혹하는 몸짓이 거부하는 몸짓과 그토록 똑같아서
감싸주는 엄지손가락을 찌른 죄 손가락의 보드라운 유방을 후빈 죄
그러고도 자기는 죄 없다고 도리질한다
장미도 전갈처럼 스스로를 찌를 수 있다면
日本刀처럼 목숨 걸고 저질러도 보았을 것을
사랑도 진짜 사랑을 해보았을 것을
부르조아의 꽃병에 매이기도 싫고
거친 들판에 보아주는 이 없이 외롭기도 싫어서
유혹도 거부도 하지 못한 채
자학만 한다
처녀도 아닌 것이
ㅡ 김중식 시집 『 황금빛 모서리 』(문학과 지성사, 1993 ) 중에서
시출처;화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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