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먹을 갈며/마음고요

화암사 내 사랑

멍석- meongseog 2010. 2. 1. 09:55

       

     @ 2009. 멍석작 / 반가워요 (화선지에 수묵, 물감) 

     

     

     

    화암사 내 사랑  


                                               /      안도현 


    人間世 바깥에 있는 줄 알았습니다
    처음에는 나를 미워하는지 턱 돌아앉아
    곁눈질 한번 보내오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 화암사를 찾아가기로 하였습니다.

    세상한테 쫓기어 산속으로 도망가는 게 아니라

    마음이 이끄는 길로 가고 싶었습니다

    계곡이 나오면 외나무다리가 되고

    벼랑이 나오면 허리를 낮추었습니다.


    마을의 흙먼지를 잊어먹을 때까지 걸으니까

    산은 슬쩍, 풍경의 한 귀퉁이를 보여주었습니다 .

    구름한테 들키지 않으려고

    아예 구름 속에 주춧돌을 놓은
    잘 늙은 절 한 채


    그 절집 안으로 발을 들여놓는 순간

    그 절집 형채도 이름도 없어지고,

    구름의 어깨를 치고 가는 불명산 능선 한자락 같은

    참회가 가슴을 때리는 것이였습니다 .

    인간의 마을에서 온 햇볕이

    화암사 안마당에 먼저 와 있었기 때문입니다 .

    나는, 세상의 뒤를 그저 쫓아다니기만 하였습니다 .


    화암사, 내 사랑

    찾아가는 길을 굳이 알려주지는 않으렵니다 . 

                                                         

                                                          -시출처;화실전-

                                                         


                                                      '^-^ 먹을 갈며 > 마음고요'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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