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먹을 갈며/마음고요

어머니 앞에서

멍석- meongseog 2010. 3. 26. 11:46

 

                                              @ 4339년  멍석작 / 魂(혼)  (화선지에 수묵, 물감)

 

 

 

 

 

어머니 앞에서

 

                                                             김영승 

 

   어머니는 내 옷을 빨아주시고
   내 몸과 마음을 빨아주시고
   휘휘 저어 헹궈서 햇빛 아래
   빨래로 널어 놓으신다.

 

   하늘 아래 이 모습 저 꼴의 사람들이
   모두 한 마디씩 날더러
   뭐라고 하지만 내 계집조차
   날더러 뭐라고 하지만
   뭐라고 할 수도 없는 나를
   뭐라고 뭐라고들 하지만

 

   샛바람 마파람 하늬 높새바람에
   어머니는 나를 포근히 말려주신다

 

   깨끗한 모습으로
   또 나가서 술 마시고 물 엎지르고
   그리고 더러워지면 또 오너라 하신다

 

   해지고 찢기워 너덜거리면
   곱게 기워주시고 구겨지면 다려주시고
   이것 저것 깨끗이 문지르고 훔쳐주신다 하신다.

 

   그리고 더는 못쓰게 되었을 때
   어머니 가슴에 버리라고 하신다.

 

 

   불을 당겨 또 깨끗이
   태워주시겠다 하신다. 

 

 

 

시출처;화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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